치즈 압착은 왜 할까? 커드가 고다치즈 덩어리로 변하는 극한 노동의 현장
치즈 제조 과정에서 가장 고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커드를 틀에 앉히고 압착하는 단계입니다.
단순히 힘을 써서 누르는 것뿐만 아니라, 원유 수급부터 시작해 전 공정 내내 엄격하게 시간을 맞추고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치즈 설비에 거금을 투자하며 당차게 시작했지만, 약 10일간의 짧은 교육만으로는 현장의 수많은 변수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이론적 지식 탓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대량 생산 공장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명확한 한계를 느꼈습니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극한 노동과 시간과의 싸움을 매일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고다치즈 작업의 이유와 제조자 관점에서의 주의점을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1. 커드 생성과 유청 분리: 기다림과 육체적 노동의 시작
치즈 제작은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원유를 데우고 유산균과 렌넷을 넣어 커드가 형성되기까지 긴 기다림이 필요한데, 이때 일정한 온도와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원유 전체를 망치게 됩니다.
유청을 저어주는 고된 과정
솥 내부에서 형성된 커드가 서로 엉겨 붙지 않도록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저어주어야 합니다. 커드가 담긴 대형 솥을 매일 손수 저어주는 일은 팔과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육체노동입니다.
유청 분리의 피로도
적절한 산도와 상태에 도달했을 때 막대한 양의 액체 유청을 밖으로 빼내고 커드만 걸러내는 작업 역시 상당한 체력을 요구합니다.
돌발 변수와 타이밍 미스
혼자서 혹은 적은 인원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지자체나 관공서, 문의 전화 등이 걸려오는 일이 잦습니다. 전화를 받고 응대하느라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커드의 산도가 바뀌거나 텍스처가 달라져 버립니다. 시간을 조금만 늦춰도 치즈의 품질이 크게 휘청입니다.
2. 치즈 압착(Pressing)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
이 커드를 압착 장비에 넣고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잔여 유청 제거 및 수분 함량 조절
커드 입자 사이에 남아 있는 유청을 최대한 짜내어 치즈의 보존성을 높입니다. 수분량이 적절히 맞 춰져야 숙성 과정에서 유해균 번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커드 입자의 융합(Matting)
압력을 통해 흩어져 있던 커드 알갱이들을 하나의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밀착시킵니다.
치즈 껍질(Rind) 형성
외부에 단단하고 매끄러운 막을 형성하여 숙성 중 내부 수분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돕습니다.
3. 커드에서 치즈 덩어리가 되는 실제 압착 공정
사진 속 장비는 실제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고다치즈 전용 수압/공압식 다층 압착기입니다.
몰드(치즈 틀)에 커드를 담고 천으로 감싼 뒤 다단계로 층을 쌓아 압력을 가합니다.
초기 미세 압착 (Low Pressure)
처음부터 강한 압력을 가하면 커드 표면만 먼저 굳어버려 내부의 유청이 갇히게 됩니다. 초기에는 치즈 자체의 무게와 약한 압력으로 천천히 유청을 배출시켜야 합니다.
뒤집기 및 반듯하게 다듬기 (Flipping & Cloth Dressing)
치즈 압착은 한 번 눌러두고 끝나는 작업이 아닙니다. 중간중간 치즈를 꺼내 뒤집어주고 천의 주름을 펼쳐 다시 넣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치즈의 모양이 균일해지고 유청이 균일하게 빠집니다.
본 압착 (High Pressure)
단계적으로 압력을 높여 단단한 고다치즈 특유의 형태를 완성합니다.
4. 제조자 관점에서의 현실적 주의점과 시행착오
이론서에는 단지 '몇 Kg의 압력으로 몇 시간 누른다'라고 간단히 적혀 있지만, 실제 현장은 매 순간이 변수입니다.
시간관리 실패로 인한 폐기
전화 응대나 다른 작업으로 인해 압착 타이밍을 놓치거나 압력 조절에 실패해 겉은 딱딱하고 속은 축축한 치즈가 만들어져 통째로 버리기도 했습니다.
체력적 한계
치즈 몰드 하나의 무게와 수분을 머금은 커드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유청을 젓고, 분리하고, 몰드에 옮겨 수십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며 뒤집는 작업은 말 그대로 극한의 노동입니다.
위생과 온습도 관리
압착이 진행되는 동안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으면 산도가 급격히 올라가 치즈가 푸석해집니다.
치즈 제조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수많은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극한의 육체 노동이 결합된 결정체입니다.
대형 공장제 치즈와의 가격 경쟁에서 수제 치즈가 살아남기 힘든 이유도 바로 이 무수한 정성과 노동력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틀에서 매끄럽게 완성되어 나오는 치즈 덩어리를 볼 때마다 그 고된 과정을 다시 이겨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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